일상

결혼은 잘못이 없다_독서 후기

쓴다손 2023. 8. 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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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퇴근 후 책을 받았지만 책 포장을 뜯지도 못하고 일정이 있어 모셔 두었다가 일요일 저녁에 책을 펼쳤다.

만약 내가 이 책을 결혼 전에 읽었더라면 내 인생의 굴곡이 조금은 옅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결혼 후 나이를 먹고 억지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보다는

이제 막 연애를 하고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더 필요한 책인 듯 느꼈다.

 

책을 읽는데 기어이 책상에 누워 자는 우리 집 주인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책 제목에서 받는 편견이 있어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결혼해서 아줌마로 살아온 세월이 20년이 넘었고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기에 결혼과 관련된 일이라면 일단은 스트레스를 받고 본다.

29살에 30살 동메달이 되어 엄마 등쌀에 떠밀려 결혼을 하게 된 나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지금의 내가 가진 가치관과 그때의 가치관은 너무나 다르지만 하여간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남편과 시댁에 맞추어 가던 때가 있었다.

미리 살기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사실 그 시절엔 불가능한 일이었고

몸도 마음도 독립적인 주체가 되지 못했다.

이런 내 마음을 이 책에서 잘 알려 죽 있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경험이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에 정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자신 속아 아직 덜 자란 내면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키울 수 있느냐에 따라

현실을 좀 더 지혜롭게 살아내는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3학년이던 나의 내면 아이는 이제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중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말이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봐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고맙기도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사실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어쩌면 이런 도피성 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옥 문인지도 모르고 좋다고 엄마가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

내가 그랬다.

네잎 클로버는 '행운'

세잎 클로버는 '행복'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기대치가 높아서라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아 움찔했다.

나를 갈아 생판 남인 남편과 시댁 어른들에게 모든 걸 맞추며

내가 잘하면 나를 인정해 주고 또 사랑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꿈이 현모양처였는데 내가 생각하는 현모양처와 남편이 생각하는 현모양처는 너무나 달라

지옥불에서 타 죽어가는 불나방처럼 싸우기도 했다.

지금도 무언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 체크리스트를 읽는데 나는 1점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 20년이 넘는 결혼생활이 안타까웠지만

지나간 시간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 결혼생활인지 몰라

그냥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애착, 부부 애착이 있어야 조화로운 결혼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남남이 만나 애착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마마보이 마마 걸이 생각 보다 많다.

결혼이 처음이니 연장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지만 휘둘린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하라는 대로 하다 보면 여자 쪽이 어쩌면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런 상황을 추후에라도 직면하고 자신과 맞닥뜨려야 하는데 자신은 모른다. 알아도 자신과의 직면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 무언가를 말할 대 '우리 엄마는'을 8개월 넘게 어미로 쓰는 시어머니 아들을 보면서

처음엔 나는 내가 뭔가 잘못한 줄 알았다.

반찬의 간이 맞지 않고 수건 개는 방법, 식습관, 하다못해 화장실 사용 후 문을 닫는 것까지 달랐다.

나는 정말 둘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셋이 사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말을 해도 자신의 엄마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 무조건 배우고 똑같이 하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

 

누구나 말하지 못하는 상처가 있고

기억하고 되뇌기 힘든 일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내면의 상처와 내가 직면하면서 알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게 사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성장 나누기 질문 리스트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어떻게 시작을 하고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는데 이 리스트만 있다면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고슴도치 이야기는 뭔가 가슴 찡했는데

서로 아프지만 체온으로 살아남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어서 서로 찌르지 않고 따뜻한 온기라 느껴지는 거리를 찾는 게 쉽지 않고 또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도 많다.

나는 이 과정을 시도는 했으나 실패했고 그냥 춥게 살아가고 있다.

인생을 춥게 살아내고 있다.

마지막엔 이런 카드도 있는데

하나하나 읽어보니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연애할 때는 그냥 핑크빛이었던 것만 같다.

현실이 이렇게 시궁창이 될지도 모르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읽고

결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부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결혼 후엔 자신의 가족은 배우자가 첫 번째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배우자에게 헌신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미안하고 잘못된 생각인지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특히 체크리스트나 질문 카드는 활용도가 매우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행운인 네잎 클로버보다 행복인 세잎 클로버가 인상적이었고

저자는 고슴도치가 온기를 찾는 적당한 거리를 찾았다고 기술했지만 나는 아직 그 거리를 찾지 못했기에

그냥 마음이 아팠다. 그 과정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애매한 그 거리를.

결혼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곧 할 사람이거나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자신의 내면 아이를 직면하고 결혼 후의 내 가족은 아내와 남편 둘이다.

부모는 그냥 사이드 환경인 것을 제발 좀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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