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께서 아침부터 가마솥에 불린 쌀을 쪄 고두밥을 지어 나무채반에 펼쳐 두었다. 그 고두밥을 은영과 남동생 진영이 할머니 몰래 집어먹었다. 등 뒤에서 할머니의 고함에 놀라 두 남매는 대문 밖으로 도망쳤다. 할머니께서 식힌 고두밥과 며칠 전 만들어 놓은 누룩을 손으로 잘 비벼 섞어 술독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솔잎을 씻어 얹었다. 이불로 술독을 덮은 다음 아랫목에 잘 모셔두었다가 쌀알이 떠오르고 보글보글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며칠 후 시큼한 막걸리 향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막걸리를 할머니께서 마루에 앉아 고운체에 걸러 막걸리 항아리에 담았다. 외정 시절 금주령이 내려졌을 때도 몰래 술을 담가 할아버지께 한 잔씩 약주로 드렸다고 했다. 한번은 막내 고모가 관에서 조사가 나왔다며 술독을 숨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