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호텔을 예약했다.
이번 추석연휴는 나혼자 호텔에서 지내며 혼자놀기가 목표이다.
오늘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번 추석에는 공식적으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할 예정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2021년 추석에 나는 자궁적출수술을 했었다. 시댁에는 출근한다고 둘러댓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별일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거의 1년 동안 수술을 피하기 위해 병원진료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술만 늦춘 것이 되었다.
남편은 내가 수술을 한다고 하면 시어머니가 놀라서 안 되니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 나쁜 며느리가 되라고 했다.
수술 후 나는 겨우 정신이 들었지만 시댁에 코로나 때문에 비상근무라 출근해서 못 간다고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장기 하나가 없어졌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마취가 깨지도 않는 내 옆에서 남편은 병원밥 두 끼를 게걸스럽게 먹고 집으로 갔다.
템플스테이 예약은 실패했지만
결국 호텔을 예약했다.
좋은 호텔이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잠자리 하나면 만족했다.
1박에 5만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나에게 자유를 줬다.
서면점과 부산역점에 비해 오래되긴 했지만 오히려 15~20분이면 볼것들이 더 많고 조망도 좋아서 나는 더 좋았다.
비즈니스 호텔이고 외국계 호텔이라 그런지 비자카드로 결제를 했다.
하루 전에 취소만 하면 취소 수수료가 없고 무엇보다 조식포함이다.
조식은 못 참지.
그래서 나는 이번 추석엔 2021년 수술한 곳이 재발되어 재수술과 검사를 한다.
사실 아픈 곳이 없지는 않지만 아플 것이고 입원을 할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말이다.
나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21년 결혼생활했으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그럴 테니.
동생은 더 비싸고 좋은 곳을 예약하지 않았다고 타박을 하지만
길바닥에서 노숙을 한다 해도
이런 생각을 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한 내가 놀랍다.
내가 성장하고 성찰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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