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과거 이야기_권선징악

쓴다손 2021. 10. 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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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올드해서 권선징악적인 마무리를 선호한다.  

 

아침에 낚지볶음을 하고 쌀을 씻고 밥을 하는데 문뜩 고등학교 자취시절이 생각났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연합고사를 치고 고등학교를 진주로다니게 되었다.

유학아닌 유학을 가게 되었다.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고 정말 지금 생각하면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어찌 저찌하여 같은 동네 친구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는 넉넉하고 또 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자랑쟁이였다.

아빠가 한달에 한번 마법에 걸리면 위생용품까지 사다가 준다고 자랑을 했으니까.

 

그런 그 친구의 아버지가 사고가 나서 지금 기억으로 경운기 사고인것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사고가 좀 크게 나서 두달 정도 진주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자연스럽게 그 친구 어머니가 함께 그 자취방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밥도 할줄 모르던 그친구는 나를 보며 어설프게 따라하며 자취를 하다가 

엄마가 오니까 기세등등했다.  나는 참았다. 어른에게 뭐라할수도 없었고

또 그 자취방을 얻은 것도 그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얹혀사는것 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생활비는 각자쓰고 방세도 냈지만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애매한(?) 분위기???

 

어느날 그 친구가 엄마가 도리락을 싸주었다며 자랑을 하는데 그럼 내것도 있겠지?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내 도시락은 없었다.  남은 반찬도 없고.

나는 당연히 싸주었을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한것인가 싶어 울컥했다.

남은 자투리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고 학교를 왔는데 아이들에게 또 그 친구가 자랑을 했다.

반 친구들은 나 한테 좋겠다고 도시락 안싸서 좋지않냐고 물어보는데 어이가 없었다.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도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가서 쌀도 가져오고 반찬도 가져오는데 지금 처럼 반찬을 담는 통이 별로 마땅치 않아

찬합(ㅋㅋ)에 그것도 3단 찬합같은거에 보따리로 웃기지만 정말 보따리로 싸서 이고, 지고, 들고 왔었다.

그 3단 찬합을 주면 안되겠냐고 해서 집에가서 반찬 담아와야 되서 안된다고 하고 집으로 왔는데

동네에 소문이 났다.  병원에 반찬싸갈 찬합이 없어 빌려주라고 했는데 내가 매몰차게 안된다고 했다고

억울하고 억울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혼을 내고 엄마도 왜 그랬냐고 뭐라고 했다.

그럼 나는 손바닥에 반찬싸가냐고  내 도시락은 싸주지도 않는데 라고 울면서 막 성질을 냈다.

그제야 엄마가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마음고생한다고 미안하다고 했었다.

 

그 후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고 20대가 되어 알게된 이야기인데

그 친구 엄마는 뇌쪽의 문제가 있어 요양원인지 정신병원인지 입원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몸을 자력으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산 송장처럼 살았고 이후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그친구의 언니가 모시고 살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하나도 안타깝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작은 인과응보인것이다.  작은것이 쌓여서 큰 산이 되듯이 나에게 작은것 하나 다른사람에게 작은것 하나

모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정말 ... 엄마가 있는데 내 곁에 없으니 이렇게 서럽구나 싶어

결혼을 하고도 정말 이혼의 고비가 몇번이 있어도 참았던 이유중 하나다.

 

애가 결혼하고 시골에서 올라와 고생끝에 친정이 월세, 전세를 살다가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평수는 적지만 일단 빚없이 우리집이 생겼고 남 눈치 안보니까 좋았다.

 어느날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친정집 근처에서 우리아파트 옆에 임대아파트 오래된 계단식 아파트가 있는데 평수도 우리집과 10평이상 차이나고 가격도 더 저렴했다. 그런데 웃긴게 시골에는 성공해서 으리으리한 아파트에 산다고 소문이 났었다.  나는 정말 이집안이 상종못할 집인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렇게 자랑이 목마른가?  그래서 행복한가? 

 

우리 부모님은 매일같이 투닥거리고 싸우시지만, 수술도 하고 그 연세에 맞게 병원도 자주가고 가끔씩 가슴이 철렁하고 사고도 조금씩 치지만 그래도 아직 계신다.  나는 그것이 감사하다.

정말 감사한것은 그것이다.  아직 내가 전화하면 전화받아주실 수 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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